[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]<5>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
《“서양 별자리에 얽힌 신화들은 불륜과 투쟁으로 가득 차 있지만, 월궁항아 선녀가 샛별 소년 과 밤배 타고 은하수를 노니는 우리네 별자리 전설은 따뜻하게 우리네 가슴을 감싸 안는다.”―본 문 중에서》 아름다운 별, 보석같은 우리 이야기
‘밤하늘에서 가장 으스스한 별자리를 꼽으라면, 맨 먼저 귀수와 적시기, 그 다음으로 무덤 별자 리인 대릉과 그 안에 쌓여 있는 시체들인 적시성을 꼽는다. 귀수는 말 그대로 귀신 별자리로, 서 양 별자리로는 황도 12궁 가운데 하나인 게자리이며, 동양에서는 거해궁이라고 부른다. 여귀(輿 鬼)라고도 하는데, 귀신이 탄 가마라는 뜻이므로 상여를 가리킨다.’
무더운 한여름 밤을 날려 보낼 만한 으스스한 문구,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나오는 구절 같지 만 그렇지 않다. 우리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밌게 풀어 놓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이 다. 양력으로 12월 22, 23일경에 있는 동지 절기 겨울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가 귀신 상여, 무 덤을 의미하는 대릉과 적시성이다.
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입춘에서 대한까지 24절기에 보이는 별자리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 을 알고 있었으며 달력을 보지 않고도 별자리를 통해 농사의 시기를 정했다. 절기마다 다른 별 자리에는 각각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.
북두칠성 아래 사슴이 뛰어간 발자국처럼 나 있는 세 쌍의 별 삼태성에는 암행어사 박문수가 사 람들을 괴롭히는 지네 괴물을 기지와 지혜로 처치하는, 마치 SF 영화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.
북두칠성에는 일곱 아들을 키우는 홀어머니가 건넛마을 홀아비와 아슬아슬하게 아들들 몰래 데 이트하는 연애담이 숨겨져 있다. 북두칠성을 쳐다보고 있자면 가운데 별이 유난히 흐리게 보인 다. 거기엔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. 어머니가 건넛마을로 마실 다니기 편하도록 일곱 아들이 개 울에 다리를 놓아 드렸고, 이 다리를 건너던 어머니는 어찌나 고마운지 다리 놓은 아들들이 하 늘나라 별이 되도록 축수를 했다. 그런데 가운데 아들만은 어머니의 마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 여 눈을 흘기며 가운데 다리를 놓았는데 이 탓에 나중에 북두칠성이 되었을 때 가운데 별이 유 독 흐려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.
이외에도 우리 별자리에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지 이 책을 읽다 보니 찜통 같은 한여름 밤이 금세 가 버렸다.
혜성 하면 서양 천문학자 헬 리가 76년 주기를 계산해 냈다고 하는 헬리 혜성이 떠오른다. 그러 나 동양 천문학에서도 기원전부터 혜성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여러 종류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 었다. 보통 꼬리가 달린 것은 혜성이라고 했으며, 혜성 가운데 꼬리가 아주 커져서 마치 깃발처 럼 보이는 것을 치우기라고 불렀다. 이처럼 발달된 동양 천문학을 기반으로 1395년 조선 태조 대에 고구려 천문도를 연구 발전시켜 ‘천상열차분야지도’라는 천문도를 만들었다. 이처럼 발달 된 조선시대의 천문학을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여 별자리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 전통 천 문학의 개요를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다. 이 책이 별자리 책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이유 다.
김재희 소설 ‘훈민정음 암살사건’의 저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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